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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의 점심시간

일송 작성
작성일 2006.03.06 15:31

1,35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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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낮
집배원 강씨가 땀을 뻘뻘흘리며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맡은구역은 사람많고 정많은
달동네였습니다.

어느 날 허름한 집 앞에 종이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 그는 무의식적으로 오토바이를
세운뒤 그 종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수도계량기 검침용지였습니다.
그는 그 집 대문틈에 용지를 끼우려다 말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한번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지날 달 수도사용량에 비해
무려 다섯배나 많은 숫자가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마음씨 좋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슈?"
"아 할머니 수도검침 용지를 보니깐 수도관이
새는것 같아서요 확인해 보시라고...."
"아 그럴 일이 있다우. 지난 달부터 식구가 늘었거던..."

자식들을 다 출가시킨 뒤 외롭게
살던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하고
의지할데 없는 노인들 몇분을 보살피며
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대,소변을 받아내고 빨래를 해대느라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던 것이지요.

다음날 정오 무렵..
그 허름한 집 대문 앞에 우편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섰습니다.
강씨였습니다.

그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 놓을 새도
없이 팔을 걷어부치고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거들었습니다.

"아 좀쉬었다 하구려. 젊은 사람이 기특도 하지."
"예 할머니 내일 점심시간에 또 올게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그 낡은
집에 도착한 강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대문 앞에 오토바이 석대가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낯익은 동료들이
그를 반겼습니다.

"어이 강씨. 어서오게~ 자네가 점심시간마다
실종이 된다는 소문이 나서 뒤를 밟았었지..
이런 일을 몰래 하다니...퇴근길엔 여직원들도 올걸세.."

집배원 강씨의 작은 사랑이 어느새
동료들까지 전염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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