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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시 - [어머니에게 가는 길] / 장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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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가는 길
장 천 문
아이가 지하철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어머니는 손수건을 들고
입가에 소스가 묻을 때마다 닦아낸다.
아이는 햄버거를 먹는 일이 세상일의 전부다.
어머니는 침한번 삼키는 일 없이
마냥 성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는 얼굴이다.
어머니는 성스러운 것에 이끌려
무화과같이 말라간다.
모든 성스러운 것은 착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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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볼 수있는 모습이 시인에게는 성스러운 광경으로 비쳐 보였나 봅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비록 햄버거를 먹는 일이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오직 아이의 작은 입가에 묻은 소스 닦기에만 전념합니다.
입가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제일 예쁜 당신 아이의 얼굴이 소스 때문에 더러워지는 걸 조금이라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압니다.
모든 걸 잊고 햄버거 맛에 빠져 오로지 먹는데만 집중한 아이의 모습에 어머니는 한 입의 유혹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귀한 분의 성스러운 모습을 보듯 합니다.
그러한 어머니의 모습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변함이 없습니다. 옷에 작은 국물자욱이라도 묻을까, 신발에 작은 흙탕물이라도 묻을까, 머리결 한 올이라도 흩어질까 시선을 떼는 법이 없습니다.
공부를 하느라, 직장에서 근무를 하느라 열심인 자녀를 바라보고 지켜보는 어머니에게는 개인의 사적 욕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자녀는 성스러운 존재이며 존귀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말라갑니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모든 집중을 쏟아 부은 어머니의 모습이 마른 무화과 열매에서 보입니다. 겉으로 꽃을 피우지 않고 안으로 담아 둔 채 진미를 위해 자신을 건조시키는 모습과 과정이 닮았습니다.
어머니를 마르게 한 대상은 어머니에게는 항상 성스러운 존재, 즉 자식입니다.
자식들이 착취자인 겁니다.
부정하면 할 수록 가슴은 더 답답해지고 목이 조여집니다.
어머니의 착취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성스러운 자식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유일한 존재, 어머니.
어머니는 신이 이름을 허락한 유일무이 '절대 이름'입니다.)
2018년 5월 13일 Mother's Day에 - 올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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