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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분류

그림이 있는 시 -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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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작나무숲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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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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