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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시 - [제라늄은 끝까지 붉다] / 윤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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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나무숲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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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은 끝까지 붉다
윤 재 철
별관 현관 앞
길쭉한 플라스틱 화분 위에 제라늄은
가을 하늘 깊숙이 붉다
아욱잎을 닮은 푸른 잎도
누릇누릇 말라 떨어지고
황새 부리를 닮은 열매도 날이 서는데
붉은 꽃잎은 제 색으로 끝까지 붉다
한 생애가 지치도록 붉어
아름다울 수 있다면
마지막까지 사랑 하나 붉고
돌아서 떠나는 마음조차 붉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저물어도 좋으리
이윽고 다가오는 어둠 속에서도 붉어
어둠 뒤의 적막조차 붉게 두고 갈 수 있다면
가을 하늘 지쳐
저물어도 나는 좋으리
--- 시집 『세상에 새로 온 꽃』(창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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